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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프랑스 숨은 관광 장소: 릴, 베르크, 루앙

by 블링까마귀 2025. 3. 24.

북부 프랑스는 관광객들에게는 다소 낯선 지역일 수 있지만, 현지인들에게는 일상 속에서 쉼을 얻고 문화를 만나는 특별한 공간입니다. 파리나 니스처럼 국제적으로 잘 알려진 도시는 아니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프랑스의 진짜 매력을 경험할 수 있는 보석 같은 장소들이 가득하죠. 북프랑스는 역사, 예술, 자연, 음식 등 다양한 매력을 품고 있어 여행의 깊이를 더해줍니다. 이 글에서는 현지인들이 자주 찾고 추천하는 북프랑스의 숨은 명소들을 소개합니다. 여행객들의 발길이 적은 만큼 조용하고 여유로운 분위기에서 진짜 프랑스를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프랑스 릴 구시가지

1. 릴 구시가지

릴(Lille)은 벨기에 국경 근처에 위치한 프랑스 북부의 대표 도시로, 역사와 예술이 조화를 이루는 곳입니다. 특히 릴의 구시가지(Vieux Lille)는 르네상스 양식의 건축물과 돌로 포장된 골목길이 인상적입니다. 고딕풍의 건물들이 줄지어 서 있는 이 지역은 마치 유럽 중세 시대에 들어선 듯한 착각을 일으키죠. 아기자기한 수공예 상점, 오래된 서점, 지역 화가들의 갤러리 등이 모여 있어 도시 전체가 하나의 예술 작품처럼 느껴집니다. 현지인들은 릴의 주말 벼룩시장이나 앤티크 마켓에서 오래된 레코드판이나 빈티지 그릇을 구입하며 시간을 보냅니다. 또한 릴은 북프랑스 특유의 식문화도 유명합니다. 벨기에 문화의 영향을 받아 감자튀김, 맥주, 그리고 '카르보나드 플라망드(Carbonnade Flamande)'라는 맥주 소스의 소고기 스튜가 인기입니다. 릴에는 이 지역 전통 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에스티아민(Estaminet)’이라는 작은 선술집도 곳곳에 있어 여행자의 미각을 사로잡습니다. 매년 9월 첫 주말에는 ‘릴 중고시장(Braderie de Lille)’이라는 유럽 최대 규모의 벼룩시장이 열리는데, 이 시기에는 도시 전체가 축제 분위기로 변합니다. 상점뿐 아니라 가정집도 앞마당에서 물건을 내놓고 판매하며, 길거리에서는 홍합과 감자튀김 냄새가 가득하죠. 현지인들과 어울려 릴의 진짜 매력을 느끼고 싶다면 이 시기를 노려보는 것도 좋습니다.

 

2. 베르크(Berck)

베르크(Berck)는 파리에서 북쪽으로 약 2시간 반 정도 떨어진 해안 도시로, 현지 프랑스인들 사이에서는 ‘비밀의 휴양지’처럼 알려져 있습니다. 이곳은 관광객보다는 프랑스 가족 단위 여행객들이 자주 찾는 장소로, 너무 붐비지 않아 조용하고 한적한 분위기에서 바다를 즐기기에 제격입니다. 바의 해변은 드넓고 평평하여 아이들과 함께 놀기에도 좋고, 해질 무렵엔 석양과 바닷바람을 만끽하며 산책하기 좋습니다. 특히 바의 가장 큰 명소 중 하나는 매년 4월에 열리는 ‘국제 연 축제(Rencontres Internationales de Cerfs-Volants)’입니다. 수천 개의 색색의 연이 하늘을 수놓는 장관은 남녀노소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이 축제는 단순한 지역 행사를 넘어 전 세계의 연 애호가들이 모이는 국제적인 이벤트로 성장했으며, 지역 경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도시 자체는 작지만, 바닷가 근처에는 소규모 호텔과 B&B, 해산물 전문 레스토랑, 해변 카페 등이 잘 조성되어 있어 여행자의 편의를 돕습니다. 특히 현지 어부들이 직접 잡아온 생선으로 만든 요리들은 신선도와 맛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으며, 관광객보다 현지인 단골이 많아 음식점 분위기도 푸근합니다. 여유로운 해변, 신선한 해산물, 바람에 날리는 연이 함께하는 이곳은 북프랑스의 숨은 힐링 명소로 손색이 없습니다.

3. 루앙(Rouen)

노르망디 지방의 중심 도시 루앙(Rouen)은 역사의 도시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대도시처럼 붐비지 않고 중세 도시의 고요한 분위기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점이 현지인들에게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 이곳은 15세기 프랑스의 영웅 잔 다르크가 화형 당한 장소로 유명하며, 도심 한복판에 위치한 잔 다르크 기념교회는 그 역사성을 느끼기에 충분합니다. 루앙의 가장 큰 특징은 건축미에 있습니다. 루앙 대성당은 프랑스 고딕 양식의 걸작으로, 인상파 화가 모네가 이 성당의 다양한 빛과 그림자를 작품으로 남긴 곳이기도 합니다. 성당 앞 광장에서는 종종 거리 공연이나 플리마켓이 열리며, 현지인들과 예술가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모습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골목을 따라 들어가면 수백 년 된 반목 구조의 집들이 양옆으로 늘어서 있으며, 이런 거리 자체가 마치 한 편의 영화 세트장처럼 느껴집니다. 또한 루앙은 예술과 문화가 일상 속에 깊이 스며들어 있는 도시입니다. 시립 미술관(Musée des Beaux-Arts de Rouen)에는 드가, 모네, 들라크루아 등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고, 다양한 소극장에서 클래식 공연과 연극이 열리곤 합니다. 현지인들은 주말이면 센강변을 따라 산책하거나 강가의 작은 카페에 앉아 와인 한 잔을 곁들이며 여유를 즐깁니다. 프랑스 특유의 '살롱 문화'가 현대적으로 재해석되어 살아 있는 도시, 루앙은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진짜 프랑스를 체험할 수 있는 살아 있는 역사박물관입니다.

 

북프랑스는 단순히 덜 알려진 지역이 아니라, 여행자가 진짜 프랑스를 만나볼 수 있는 기회의 땅입니다. 릴에서는 지역의 역사와 감성이 고스란히 담긴 골목을 걷고, 바에서는 잊을 수 없는 바닷바람과 자연의 여유를 느끼며, 루앙에서는 프랑스의 역사와 예술을 온몸으로 체험할 수 있습니다. 현지인들이 추천하는 명소는 관광객을 위한 포장된 공간이 아니라, 프랑스인의 삶 그 자체가 녹아 있는 곳입니다. 프랑스를 사랑한다면, 북프랑스를 꼭 한 번 경험해 보세요. 더 깊고 더 진한 감동이 기다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