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퀘벡주에 위치한 몬트리올은 프랑스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는 도시이자, 북미에서 가장 유럽적인 분위기를 간직한 도시 중 하나입니다. 대형 자동차 중심의 도시 구조에서 벗어나, 걸으면서 천천히 감상할 수 있는 매력적인 장소들이 곳곳에 흩어져 있어 ‘걷는 여행자’에게 최적의 여행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자동차보다 걷는 것이 훨씬 더 풍성한 여행 경험을 제공한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도보 여행 코스를 찾는 이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몬트리올 현지인들이 실제로 즐기는 도보 여행 코스를 중심으로, 그 속에 숨은 감성과 디테일을 가득 담아 소개해드립니다. 관광객의 시선이 아닌, 현지인의 눈으로 다시 보는 몬트리올을 함께 걸어보세요.
1. 올드 몬트리올의 아침 산책
올드 몬트리올(Vieux-Montréal)은 도시의 뿌리가 시작된 가장 오래된 지역으로, 17세기 건축물이 지금까지도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역사의 중심지입니다. 아침 햇살이 고즈넉하게 내리쬘 때 이 거리를 걷는 건, 마치 유럽의 오래된 마을 속으로 시간여행을 떠나는 기분을 선사합니다. 많은 현지인들이 이른 아침 조깅이나 강아지 산책, 혹은 그냥 커피 한 잔을 들고 산책을 하러 이곳을 찾곤 합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노트르담 대성당(Basilique Notre-Dame)입니다. 이 고딕 양식의 성당은 외관부터 압도적이며, 내부에 들어서면 스테인드글라스와 목조 조각들이 만들어내는 신비로운 분위기에 빠져들게 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과 비교하지만, 실제로 몬트리올의 성당은 그에 못지않은 웅장함과 정교함으로 여행자들의 감탄을 자아냅니다. 도보 여행자에게 이 지역의 매력은 단순한 건축물뿐 아니라 세세한 골목골목에 숨어 있습니다. Saint-Paul Street는 몬트리올에서 가장 오래된 거리 중 하나로, 예술가들이 직접 운영하는 갤러리나 소규모 수공예 상점이 줄지어 있어 걷는 내내 새로운 감각을 자극합니다. 이곳에서 현지 예술작품을 감상하며 커피를 마시는 경험은, 단순한 관광이 아닌 진짜 몬트리올을 만나는 시간입니다. 올드포트(Old Port)까지 발길을 옮기면 강변 산책로와 자전거 도로가 펼쳐져 있어, 아침 햇살을 맞으며 강바람을 느끼는 여유로운 시간이 완성됩니다. 계절마다 열리는 야외마켓, 예술 공연, 푸드트럭 행사 등도 도보 여행의 즐거움을 더해줍니다. 아침의 고요함과 감성을 가득 느낄 수 있는 올드 몬트리올은, 도보 여행의 시작점으로 완벽한 장소입니다.
2. 플라토 몽루아얄의 감성
플라토 몽루아얄(Plateau Mont-Royal)은 예술, 문화, 젊은 감성이 모두 집약된 몬트리올의 대표적인 문화 지구입니다. 알록달록한 외벽, 아기자기한 계단식 주택, 다양한 언어가 오가는 거리에서 이 지역의 자유로움과 창의력을 마주할 수 있습니다. 이곳은 단순한 관광 명소가 아닌, 몬트리올의 일상적인 문화와 라이프스타일이 녹아든 공간입니다. 도보 여행자에게 가장 인기 있는 루트는 몽루아얄 애비뉴(Avenue Mont-Royal)입니다. 이 거리에는 세련된 빈티지숍, 감각적인 북카페, 인디서점, 바이오 와인바 등이 조밀하게 모여 있습니다. 특히 주말 아침이면 거리 곳곳에서 예술가들이 직접 만든 작품을 파는 벼룩시장과 스트리트 퍼포먼스를 만날 수 있습니다. 플라토의 매력은 ‘관광지’라기보다 살아 있는 동네의 온기를 느끼는 데 있습니다. 현지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간식 중 하나는 바로 몬트리올 베이글입니다. Fairmount Bagel과 St-Viateur Bagel은 이 지역을 대표하는 두 곳으로, 매일 새벽부터 화덕에서 갓 구운 베이글의 고소한 향이 거리 전체를 감쌉니다. 얇고 쫄깃한 베이글에 훈제연어나 크림치즈를 얹은 간단한 아침은, 걷는 여행 중 최고의 보상이 되어줍니다. 또한 이 지역은 그라피티와 거리 예술의 성지로 불릴 만큼 다양한 벽화와 설치 예술을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특히 주거 지역 골목길을 따라 걷다 보면 대형 벽화를 마주칠 수 있는데, 이는 플라토만의 자유롭고 예술적인 감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장면 중 하나입니다. 감성적인 풍경과 창의적 분위기가 가득한 이 코스는, 단순한 관광을 넘어 '경험하는 여행'을 원하는 사람에게 꼭 추천하고 싶습니다.
3. 몽루아얄 공원에서의 일몰
플라토 몽루아얄에서 길을 따라 북쪽으로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도시의 녹지 중심인 몽루아얄 공원(Mont-Royal Park)에 도착하게 됩니다. 이곳은 도시의 이름이 된 언덕이자, 도심 속에서 숲과 호수, 전경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최고의 장소입니다. 프레드릭 로 옴스테드(Frederick Law Olmsted)가 설계한 이 공원은 뉴욕 센트럴파크를 디자인한 인물로도 유명하며, 그의 디자인 철학이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습니다. 공원 입구에서부터 시작되는 완만한 경사길은 전 연령층이 쉽게 오를 수 있을 정도로 편안하며, 가는 길마다 벤치와 쉼터가 잘 정비되어 있어 도보 여행 중 휴식하기에 안성맞춤입니다. 특히 Kondiaronk 전망대에 도착하면, 눈앞에 펼쳐지는 몬트리올 시내의 파노라마 뷰는 그 어떤 전망대보다도 감동적인 경험을 선사합니다. 일몰 시간대에는 도시가 붉은 노을에 물들며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변모합니다. 이곳에서는 야외 요가 클래스, 음악 공연, 예술 워크숍 등이 자주 열리며, 여름에는 선베드에서 책을 읽는 사람들로 가득하고, 겨울에는 눈썰매를 즐기는 가족 단위 방문객들로 붐빕니다. 계절마다 완전히 다른 풍경을 선사하는 이곳은 몬트리올 시민들의 삶과 여유가 살아 숨 쉬는 공간입니다. 도보 여행의 마지막을 이곳에서 마무리한다면, 하루의 피로가 모두 씻겨 나가는 듯한 힐링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자연과 도시, 여유와 예술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몽루아얄 공원은 단순한 녹지 공간이 아닌, 몬트리올이라는 도시의 심장과도 같은 장소입니다.
몬트리올 도보 여행은 단순히 ‘걷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올드 몬트리올의 아침 산책으로 시작해 플라토의 문화 감성과 베이글 한 입으로 이어지고, 몽루아얄 공원에서의 일몰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여정은 그 자체로 한 편의 감성 다큐멘터리 같습니다. 자동차가 아닌 발걸음으로 만나는 도시 몬트리올은, 오직 도보 여행자만이 경험할 수 있는 깊은 감동과 여운을 남깁니다. 다음 여행지로 몬트리올을 고려하고 있다면, 꼭 이 세 코스를 따라 천천히 걸어보세요. 분명히 예상치 못한 아름다움과 감성을 마주하게 될 것입니다.